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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전남과 경상을 아우르는 두 경희 씨의 ‘남해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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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기자 안인철 2024. 2. 2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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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있어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남해의 쪽빛 파도! 짭짤한 바닷바람 한 자락에 숨통이 트이는 이들을 만나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삼면의 바다 중 남해는 유독 여유롭고 아늑한 바다다. 리아스식 해안 특유의 굽이치는 해안선은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내고 바다 위로 흩어진 섬은 파도의 힘을 분산시켜 호수같이 잔잔하다. 뭍 근처에 펼쳐진 비옥한 갯벌에는 보석같이 알알이 박힌 갯것들이 가득하고, 멀리 깊은 바다에는 철마다 다른 생선이 넘쳐난다. 이러니 남해의 맛을 아는 이들은 멀리 떠나도 다시 돌아올 수밖에! 도시에서 젊은 날을 보낸 두 명의 박경희 씨는 쪽빛 바다의 풍요와 여유를 잊지 못해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들이다. 통영과 순천에서 두 사람이 사랑한 남해의 매력에 빠져본다.

통영의 맛에 다시 빠지다! – 경상남도 통영시 

푸른 바다가 한눈에 펼쳐진 경상남도 통영. 바라보기만 해도 눈과 마음이 시원해지는 이곳에서 예사롭지 않은 실력으로 낚시하는 여자를 만났다. 그녀는 바로 5년 전 고향으로 돌아온 박경희 씨. 복잡했던 서울 생활을 접고 돌아온 그녀에게 통영은 고향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바로 어머니의 기술을 배운 곳이기 때문이라는데. 통영의 전통 공예인 누비를 만드는 장인이었던 어머니를 보고 자란 경희 씨는 자연스레 대를 잇는 누비 공예가가 되었고, 서울에서도 큰 규모의 매장을 운영할 만큼 유명한 공예가로 활동했다. 다시 돌아온 고향에서 자유롭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며 공예가로서 큰 영감을 얻는다는데. 또한, 경희 씨는 옛 추억 가득한 고향에서 새로운 맛도 만끽한다.

통영은 사시사철 재료들이 풍부해 음식이 다양하고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봄이 시작되는 이 시기에도 꼭 맛봐야 하는 음식들이 있다. 조개껍데기에 통통한 조갯살과 채소를 잘게 다져 만든 소를 넣고 연탄불에 구워 먹는 개조개유곽. 유곽은 통제영 시절 양반들이 즐겨 먹던 요리로 손이 많이 가지만 맛이 좋고 유서 깊어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통영의 대표 요리이다. 

또한, 아름다운 바다를 품은 이곳에는 남해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제철 맞은 생선들이 즐비하다. 통영 사람들은 이맘때쯤 특별식으로 볼락김치를 담가 먹는다는데. 오직 통영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볼락김치는 찬밥을 갈아 넣어 볼락 고유의 맛을 극대화 한 별미 음식이다. 겨울 땅을 뚫고 막 돋아나기 시작하는 쑥을 채취해 봄 보양식으로 전해지는 도다리쑥국까지 끓여내면 든든한 남해의 봄 밥상이 완성된다. 도시에 살며 고향의 맛이 그리웠다는 경희 씨. 다시 돌아온 이곳에서 힘찬 기운을 받아 누비 공예의 새로운 날개를 달고 싶다는 그녀를 만나본다.

맛으로 그리는 섬의 추억! – 전라남도 순천시

잔잔한 물결 사이로 온갖 생명체가 뛰노는 보금자리 순천만. 그 아늑한 바다의 품을 찾아든 또 한 명의 박경희 씨가 있다. 거문도가 고향인 경희 씨에게 바다는 어린날의 추억 그 자체. 오랜 도시 생활을 접고 바다가 보이는 한적한 마을에 정착하게 된 것도 나이가 들수록 간절해지는 고향 생각 때문이었다는데. 그녀가 고향을 그리는 방식은 기억 속에 남은 어머니의 손맛을 재현해 보는 것이다. 아홉 남매 중 막내였던 경희 씨는 가장 늦게까지 섬에 남아 부모님의 곁을 지켰다. 끼니 때며, 김장 때며 어머니 옆에서 간을 보는 것이 경희 씨의 역할이었다. 이제 철마다 나는 생선으로 젓갈을 담고 다양한 음식과 조합해 보며 그리운 어머니의 손맛을 되짚어 보는 것이 일과라는 경희 씨. 갓김치를 담글 때면 어머니의 레시피를 따라 담백한 맛의 가자미 젓갈과 삭힌 풀치를 넣는다.

거문도의 맛을 연구하는 경희 씨의 집은 언제나 추억의 맛을 그리는 사람들이 문을 두드린다.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경희 씨는 손님들이 찾아올 때면 아낌없이 고향의 음식들을 내놓는다. 파시가 열릴 정도로 많이 잡히던 삼치는 거문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선. 묵은 갓김치를 넣고 바글바글 졸여내는 삼치 조림은 삼치가 나는 철 내내 즐겨 먹던 음식이다. 

또 다른 거문도의 대표 생선, 갈치. 갈치 철이면 밤낚시를 하는 배들의 불빛으로 거문도 앞 바다는 불야성을 이뤘다. 그 시기에 지천으로 피었던 것이 바로 ‘항각구’라 부르는 엉겅퀴! 약초로도 쓰이는 엉겅퀴를 된장 맛이 푹 배도록 무쳐 물을 붓고 끓인 뒤 비늘을 제거한 갈치를 넣으면 거문도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엉겅퀴갈칫국이 완성된다. 보릿고개를 넘길 때 죽처럼 떠먹던 미역귀들깨탕까지 끓이니 거문도의 남해가 상 위에 올랐다. 고향의 바다와 맞닿은 순천만의 바다를 보며, 떠올리는 것만으로 푸근해지는 맛의 추억을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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