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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철학자들]한국문학의 거장 한승원, 20여년 전 ‘도깨비와의 거래’ 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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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기자 안인철 2022. 8. 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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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TV 내추럴 휴먼다큐 <자연의 철학자들> 20회 ‘소설가 한승원, 반양반음의 풀들처럼’ 편에서는 대자연과 인간의 삶을 통찰력 있는 이야기로 한평생 써 내려간 한국문학의 거장, 한승원 작가의 철학을 들어본다.

■ 반양반음의 풀들처럼

“시인이나 작가는 반양, 반그늘의 속성을 가진 거라 생각해요.

그늘 속에 있으면 음음하고 그윽하고

햇빛 속에 되바라지게 되면 너무 반짝거려서 오히려 시들죠.“

 한국문학의 대표 소설가, 한승원 작가(83)는 그의 고향인 전라남도 장흥군에서 반양반음의 풀들처럼 살고 있다. 작가가 되바라져서 흥행하면 시가 죽는다며 작렬하는 햇볕을 피해 잿빛 안거에 들어선 지 20여 년이 흘렀다.

1968년, 단편소설 ‘목선’으로 신춘문예에 등단한 한승원 작가는 올해로 등단 56년을 맞이했다. 그는 김동리·박목월 선생에게 수학한 몇 안 남은 문하생이자 아시아 최초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대표작으로는 영화화된 ‘아제아제 바라아제’, 그리고 ‘앞산도 첩첩하고’, ‘해산 가는 길’, ‘해변의 길손’, 최근 출간한 자서전, ‘산돌 키우기’ 등 수백 편에 이르는 작품을 집필했다.

한승원 작가가 자신의 문학적 토대인 고향 장흥으로 돌아온 것은 자연으로 귀화하기 위해서였다. 서울살이에 병색이 짙어져 귀향을 결심했지만, 자연 친화적인 삶을 살면서 더 깊은 세상의 이치를 알게 됐다고 한다. 작가의 든든한 후군이자 플러스 알파가 되어준 자연, 그 덕분에 망구(望九)의 작가는 여전히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내 시와 소설의 8할이 ‘바다’

“나는 바다를 그리워하면서 바닷속에 사는데

바다의 신화적이고 원초적인 삶으로 돌아가니까

늘 에너지를 얻고 새 삶을 사는 거죠.“

한승원 작가에게 시와 소설의 8할은 바다가 만들어 준 것이다. 초기 작품들 속에서 바다는 치열한 삶의 현장, 휴머니즘의 최극단이었다면 이제 구십을 바라보는 작가에게 바다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회귀의 공간이자 자연 친화적인 삶의 모태다.

20여 년 전, 바다가 그리웠던 한승원 작가가 고향에 돌아와 잠이 들었을 때, 꿈속에 나타난 도깨비가 “도깨비 나라에서 엄청나게 많은 돈을 빌려줄 테니까 득량만 바다라든지 하늘이라든지 다 사버려라”라고 말했다. 대신 이야기를 열심히 써서 세상에 베풀어야 한다는 조건과 함께 도깨비와의 거래는 성사되었다고 한다.

천생 이야기꾼인 작가가 도깨비와의 거래를 통해 득량만 바다의 주인이 된 것은 더욱 특별한 의미였다. 학창 시절 아버지를 도와 김 양식을 했던 삶의 현장, 자기 문학의 발원지였던 그 대자연속에서 그의 말처럼 살아 있는 한 글을 쓰고, 글을 쓰는 한 살아있는 작가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 꿈을 잃지 않게 하는 ‘산돌 키우기’

“옛날엔 내 또래아이들이 누구나 산돌을 키웠어요.

땅에 묻어두고 착한 일만 하며 물을 주면

그 돌이 자라서 어느날 석영처럼 빛이 나게 자란다고...

하지만 거짓말이죠.

실패와 좌절의 경험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게

바로 산돌 키우기인 거죠.”

집필실 뜨락에 공룡알처럼 생긴 바위가 눈에 띈다. 한승원 작가가 물 한 바가지를 떠온 뒤, 돌에 정성스레 물을 붓는데… 어린 시절 키우던 산돌 같은 것이라는 한승원 작가.

 ‘산돌 키우기’란 날마다 돌에 물을 주며, 착한 마음을 가지면 산돌이 큰다는 어린 시절 즐겨하던 놀이다. 돌이 큰다는 건 꿈같은 거짓말이지만 산돌을 키우던 아이들은 모두 실패와 좌절의 경험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단다. 평생 글만 쓰며 살았지만, 작가의 인생도 수많은 실패와 좌절의 시간들이 지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일, 쉬지 않고 자연과 소통하며 글을 쓰는 것은 독자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고 싶은 작가의 ‘산돌 키우기’다.

자연 속에서 삶을 통찰하는 KBS 1TV 고품격 내추럴 휴먼 다큐멘터리 <자연의 철학자들> 20회 ‘소설가 한승원, 반양반음의 풀들처럼’은 8월 5일 금요일 저녁 7시 40분 방송된다(일부 지역 자체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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