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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해녀와 선장의 러브스토리 '우리는 한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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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기자 안인철 2023. 12. 1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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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최남단의 여차 앞바다, 물살이 거세기로 소문난 그 바다가 해녀, 배해림(38) 씨의 일터다. 4년 전에 물질을 시작했는데, 벌써 ‘상군’ 소리를 듣는다는 그녀. 겁도 없고 힘도 좋아서, 수심 10미터 아래로 단숨에 내려가, 커다란 바위굴을 캐낸다. 그렇게 여차 바다를 주름잡는 해림 씨에겐 그림자처럼 곁을 지키는 남자가 있다. 해녀 배의 선장이자 남편인 김덕만(53) 씨. 3년 전까지는 조선소에 다니던 직장인이었는데, 아내의 부탁에 사표를 던지고, 선장이 되었단다. 그렇게 부부는, 한배를 타게 됐다. 

아홉 살 준성이와 일곱 살 현성이, 두 아들을 둔 부부. 아침이면 여느 집처럼 아이들 깨우고, 먹이고 입히느라 전쟁을 치르는데. 그 모든 걸 도맡아 하는 이가, 바로 남편 덕만 씨다. 옷쯤이야 제 손으로 입을 나이지만, 아이들 챙기는 순간순간이 소중하고 행복하다는 아빠. 저녁이면 배추 숭덩숭덩 썰어서 겉절이 무치고, 아이들 좋아하는 갈비찜에, 달걀말이까지 뚝딱 만들어 상을 차린다. 

그렇게 완벽한 내조로 아내에게 날개를 달아주었지만, 아내가 처음 해녀가 되겠다고 선언했을 때는 결사반대를 외쳤다. 수영도 못하면서 해녀가 웬 말인가. 하지만 일단 마음먹은 건 하고야 마는 여자. 물질의 고수라는 ‘대상군’을 찾아가서 물질을 배우더니, 기어이 해녀 배에 올랐다. 그러니 어쩌겠나. 험한 바다를 누비느라 기진맥진한 아내를 위해서 덕만 씨는 내조의 왕이 되기로 했다. 

어릴 때, 낚시 좋아하던 아빠를 따라 바다에 나갔던 기억. 해림 씨에겐 가장 따뜻한 시절이었다. 그 때문인지 무작정 바다가 좋았고, 막연하게 해녀를 꿈꿨었다. 그러다 4년 전, ‘바다 좋아하면 해녀는 어떠냐’ 친구가 던진 말에 꿈이 되살아났고, 그 길로 해녀가 되기 위해 물질을 배웠다. 일단 바다에만 들어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문어에, 전복에, 그물이 묵직해지면 그만큼 행복한 날이 없다는데. 워낙 조류가 센 여차 앞바다. 네다섯 시간 물살에 시달리다 보면, ‘아이고’ 곡소리가 절로 난다. 그래도 해녀가 된 것을 후회한 적 없다는 해림 씨. 게다가 추진력은 장군감이라. 해녀 배의 주인이 되어 보겠다며, 덜컥 배를 계약했다. 그렇게 거칠 것 없는 해림 씨지만,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두 아들에게만 사랑을 쏟는 남편. 제발 나도 좀 봐 달라고, 툭하면 사랑 타령이다. 

해림 씨와 덕만 씨는 15살 차이.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을까. 듬직하고 자상한 덕만 씨에게 해림 씨는 마음을 빼앗겼고,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에 골인했다. 그런데 나만 바라볼 줄 알았던 남편은, 아들이 태어나면서 달라졌다. 두 아들을 바라볼 때면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데. 그런 남편에게 ‘사랑한다’ 고백을 해봐야 대답 없는 메아리. 몇 년 만에 단둘이 나온 데이트에서도 남편은 아이들 걱정뿐이고. 서운함이 북받친 해림 씨, 결국 눈물까지 보이는데…

오래 기다렸던 ‘우리 배’가 바다에 모습을 드러낸 날, 동료 해녀들과 안전을 기원하며 고사를 지낸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이들과 새 배를 타고, 바다를 돌아보는 부부. 남편은 선장, 아내는 해녀. 늘 바다에 나가 살지만, 저 거친 바닷속에 또 무엇이 있을지, 다 알 수는 없다. 어쩌면 거센 파도를 만나고 풍랑이 일 때도 있겠지만, 부부는 두렵지 않다. 인생의 바다를 함께 헤쳐 나갈 ‘당신은 나의 선장님, 그대는 나의 영원한 해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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