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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셈도, 숫자도 모르는 며느리...시엄니의 어떤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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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기자 안인철 2023. 9. 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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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흔을 바라보는 시어머니와 지적 장애 며느리의 애틋한 동거 이야기 - 

전북 순창에는 사이좋기로 소문난 고부가 있다. 한 지붕 아래 산 지 36년이 되었다는 시어머니, 조순이(86) 씨와 며느리, 한양님(67) 씨. 비슷한 시기에 영감님 떠나보내고 단둘이 살고 있다는데. 밭에 갈 때나 장에 갈 때나 한 시도 떨어지질 않으니, 온 마을이 다 아는 유명한 ‘바늘과 실’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엄니 사랑해요”라고 뽀뽀하는 며느리. 거동이 불편한 시어머니를 잡아주고 밀어주고, 신발까지 신겨준다. 시어머니는 며느리 대신 손수 음식을 하고, 철철이 한약도 지어 먹인다. 이렇게 완벽해 보이는 고부지간이 되기까지, 시어머니 조순이 씨는 눈물깨나 흘렸다는데. 두 여인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시어머니, 순이 씨는 칠순을 바라보는 며느리에게 어린아이 대하듯 한다. 사실 며느리, 양님 씨는 지적 장애 2급. 장애가 있는 며느리를 얻은 데는 이유가 있다. 6남매 중 둘째 아들이 정신 질환을 앓고 있던 것. 그래서 비슷한 처지에 있던 며느릿감을 소개받았고, 서울서 식모살이하고 있던 양님 씨를 데려와 며느리로 삼았다. 

살림이야 가르치면 되겠거니 했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매일 일러줘도 사고만 치는 며느리. 감자 삶으라면 냄비를 홀랑 태우고, 흙탕물에 젖은 빨래를 세탁기에 넣는 바람에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 그 덕에 순이 씨는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며느리 뒤치다꺼리하느라 정신이 없단다. 속이 터져 가슴을 팡팡 치면 “엄니 아프니까 나를 두들겨요” 하면서 손을 잡아끄는 며느리다. 

예전에는 ‘너만 없으면 살겠다’라는 말을 달고 살았던 시어머니, 순이 씨. 그런데 요새는 며느리 없으면 못 살겠단다. 다리 수술을 하는 바람에 거동이 불편한 순이 씨에게 며느리는 손발이 되어준다. 시어머니가 움직일 기미만 보이면 잽싸게 일어나 보행기를 가져다주고, 밭에 나갈 때면 행여 넘어질까 봐 시어머니의 손을 꼭 붙잡아준다는데. 시어머니가 ‘머리’라면 며느리는 ‘손발’. 36년의 세월 동안 한 몸이 된 두 사람. 가끔은 속이 터져도, 어느새 양님 씨는 내 속으로 낳은 자식보다 더 짠하고 고마운 손가락이 되었다. 

6남매 중 속을 태웠던 둘째 아들 빼고는, 모두 버젓하게 자리를 잡았다. 어머니 곁을 지켜주는 며느리가 있는 것에 감사하다는 형제들. 형수님한테 고맙다며 철철이 맛난 것 사 들고 집으로 찾아온다. 거동은 불편해도 텃밭 농사는 놓을 수 없다는 어머니를 위해서는 고추밭에 줄도 매주고, 농약도 뿌려주고, 시원한 계곡으로 모시고 가 콧바람도 쐬어준다. 

그러다 다들 제집으로 돌아가고 나면, 곁에 남은 건 며느리뿐. 나란히 앉아 드라마를 보다가 내 어깨에 기대며 잠든 며느리를 보면, 어쩐지 가슴이 먹먹하다. 나 없으면 혼자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갈까, 시간도 모르고 돈 계산도 할 줄 모르는 며느리. 그래도 셈은 알아야지, 빨래집게 펼쳐놓고 숫자도 알려주고, 혼자 심부름도 보내보는데. 하필 집에 굴러다니는 호박을 돈 주고 사 온 며느리. 속에서 천불이 나는데. 어느새 찰싹 다가와서 “엄니가 최고야”라며 애교를 부린다. 이러니 어찌 미워할 수가 있나. 

일흔을 앞둔 나이지만, 아이 같은 양님 씨, 그런 며느리와 하루라도 더 오래 살기 위해 애쓰는 시어머니 순이 씨, 이제는 서로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목숨 같은 존재가 된 두 여자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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