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
고향마을 어귀에서
시 : 이진호
낭송 : 이강철 장기숙
고향마을 앞길은 숲길이다.
갑자기 장끼 한 마리가 날아 오르고
산까치가 반갑게 맞아준다.
가지 새로 내려다 보이는 밀밭
오디 따는 아이들이 그림처럼 보이고
파아란 논에서 날아오른 백로가 시원하다.
냇가에 줄지어 선 포플러 가지에
구름 한 자락이 시원스레 펄럭이고
그 아래 쭈욱 뻗은 길로
경운기를 따라가는 은빛 자전거 바퀴.
공회당 마당에서 차올린 공을 따라
아이들 웃음소리가 하늘 높이 솟아 오르고
살찐 강아지 한 마리가 꽃길을 달려오면서
날 보고 멍멍 짖어댄다.
언제 전기가 들어왔을까
이리도 빨리 이 산골 마을에
텔레비젼 안테나가 솟아 올랐으니
사촌 형한테 들려 줄 서울 얘기가 없어졌다.
양회다리 위에서 만난 아이들이
마름집 도령인 나를 보고도
인사를 할 줄 모른다.
무슨 말을 해야만 날 알아 보고
반갑게 말을 붙여 올까.
어릴적 소꿉동무 점식이는 멀리 갔다지만
재분이는 지금도 소식이 궁금하다.
범바윗골 뻐꾸기 울음은 지금도 여전한데
난 어쩌다 낯선 사람이 되어
여기 와 - 서 - 있는가!
들녘 멀리 밀려 나아간 그 옛날을
하나 하나 줍고 있었다.
(197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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