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앨범 산' 세월에 멋이 깃든 산, 거창 우두산
높은 봉우리들이 땅을 감싸 안 듯 줄지어 늘어서 있는 경상남도 거창. ‘넓고 밝은 들’이란 뜻을 가진 거창군은 높이 천 미터가 넘는 20여 개의 산봉우리가 즐비한 ‘산의 고장’이다. 주변에 자리한 지리산과 덕유산, 가야산 줄기를 이어받아 명산이 많은 거창에서도 수려한 산세를 보이는 곳이 있다. 오랜 옛날에, ‘이 세상에 없는 듯이 유별나게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산’이라고 하여 별유산이라 불리기도 하였던 ‘우두산’이다. 켜켜이 쌓인 산 너울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산, 거창 우두산으로 산 소리꾼 염수희 씨와 산악 칼럼니스트 최찬락 씨가 향한다.
다부진 산세를 뽐내는 우두산은 산정의 모습이 마치 소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 봉우리 대부분이 바위로 이루어져 있어 암릉 산행의 묘미가 가득한 곳이다. 산행은 고견사 주차장에서 시작해 의상봉을 거쳐 우두산 정상, 상봉을 오를 예정. 곧게 뻗어 오른 소나무가 울창한 숲길을 따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사계절 푸른 숲 내음이 번지고, 청량한 여름 향기가 일렁이는 길. 안온한 숲에 폭 안기니 마음도 잔잔해진다.
우두산의 정상 상봉의 발치까지는 비교적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굽이진 산길을 돌아 오를 때면 눈앞으로 펼쳐지는 그림 같은 풍경에, 산행의 힘겨움도 잊은 채 걸음을 이어 더한다. 한동안 계속되던 완만한 능선길이 점차 고도를 높이자, 숲에 숨겨졌던 우두산의 힘줄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의상봉을 앞두고 사나워지는 길. 의상봉은 신라의 의상대사가 참선하러 찾았다는 봉우리라 하여 이름 지어졌다.
세월이 흘러 이백여 개의 계단이 바윗길 위로 길을 이어주고 있지만, 먼 과거에는 오를수록 가려졌던 진리를 깨우치는 험로였다. 하늘에 닿을 듯한 가파른 산길을 얼마나 올랐을까, 우두산에서 두 번째로 높지만, 빼어난 조망으로 사실상 정상 역할을 한다는 의상봉 정상에 오른다. 산의 왕국이라 불리는 거창의 유장한 산세와 백두산 천지를 닮은 가조분지가 청명한 수채화를 그려낸다. 옅어지는 여름 경치를 핑계 삼아 쉬어가라는 의상봉을 뒤로 하고 의상봉의 지척에 있는 우두산 정상, ‘상봉’으로 향한다.
상봉은 의상봉에서 불과 500여 미터에 자리하고 있다. 불쑥 솟았다가 또다시 훌쩍 꺼졌다 하는, 바윗길의 변덕에 즐거이 몸을 맡기며 마침내 해발 1,046m 우두산 정상, ‘상봉’에 올라서는 일행. 하늘로 힘차게 솟구친 상봉 주변으로 가야산, 비계산 등 거창의 산군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푸르른 바람이 스치는 길을 따라 협곡의 허공을 가로질러있는 Y자형 출렁다리로 내려선다. 발밑으로 자리한 시원한 폭포와 녹음의 풍광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세월에 멋이 깃든 산, 거창 우두산을 <영상앨범 산>에서 함께 만나본다.
◆ 출연자 : 염수희 / 산 소리꾼, 최찬락 / 산악 칼럼니스트
◆ 이동 코스 : 주차장 - 고견사 - 의상봉 - 우두산 - 마장재 – 출렁다리 / 약 6km, 약 5시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