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동행] 제301화/ 나의 할머니, 금자 씨

동네방네 아나운서

by 동네기자 안인철 2021. 3. 25. 10:46

본문

728x90
반응형

 함안의 소문난 단짝, 현호와 할머니

 잘생긴 얼굴에 착한 성격, 예의까지 바른 스물두 살 청년. 어릴 때부터 동네 어르신들의 일을 스스럼없이 도와 사랑받는 현호는 간호대를 휴학한 후 시간을 쪼개 아르바이트를 하고 성심을 다해 할머니를 모신다. 돌이 지났을 무렵 부모님이 이혼하고 친할머니 손에 맡겨진 이후 20년간 할머니와 함께했던 현호. 할머니는 손자를 위해서라면 불구덩이도 마다하지 않았고, 할머니 손에서 자란 현호는 성인이 되면서 할머니의 든든한 보호자가 되었다. 서로 바라만 봐도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현호와 할머니. 두 사람은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하기만 하다. 그런데 요즘 현호는 마음이 급해졌다. 할머니 혼자서 텔레비전 켜고 끄는 것도 알려드려야 하고, 휴대전화 쓰는 것도 알려드리는데. 몇 번이고 배우지만 항상 그때뿐인 할머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호는 다시 몇 번이고 알려드린다. 무엇이 현호의 마음을 이리 급하게 만든 걸까.

할머니와 현호의 시간

어린 현호를 키우느라 이것저것 안 해본 게 없는 할머니. 젊은 시절엔 배를 타고 남의 집일을 하고 산에서 나물도 캐 시장에 나가 팔았다. 그렇게 억척스러운 삶이 남긴 건 폐소공포증. 할머니는 남들처럼 차를 타고 다니는 일도, 엘리베이터를 타는 일도 쉽지 않다. 하지만 잘 큰 현호를 보면 위안이 된다. 어느덧 자라 할머니의 다리가 되고 손이 되어준 손자. 할머니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현호는 할머니 삶의 낙이자 행복이다. 그런 현호에게 아직 짐이 되고 싶지 않은 할머니는 일을 놓지 않는다. 그래서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데 부쩍 쇠한 기력 때문에 지금은 집 근처 한 명의 할머니만 돌보고 있다. 돌봄을 받아야 할 나이임에도 일을 하는 할머니. 집에 오면 안 쑤시는 곳이 없지만, 현호를 위해 맛있는 밥상을 차려낸다. 할머니의 가장 큰 행복은 할머니가 끓여준 된장찌개를 맛있게 먹는 현호를 보는 것. 하지만 그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할머니를 부탁해

또 눈물이다. 웃음 많던 할머닌 요즘 눈물이 더 많아졌다. 품 안에서 키운 손자 군대 보낼 걸 생각하면 안타까운데 버스를 못 타는 당신 때문에 현호 혼자 외롭게 보내야 한다 생각하니 눈물 마를 날이 없다. 작년 입영통지서를 받은 현호는 할머니 혼자 두고 군대에 가는 게 마음에 걸려 1년을 미뤘다. 하지만 더는 미룰 수 없었고 그렇게 받은 입영 날짜가 이제 코앞에 다가왔다. 아르바이트해서 할머니에게 생활비를 드리던 것도, 할머니와 산책하며 말동무가 되어주는 것도 한동안 할 수 없는 현호. 현호가 없는 동안 조금이라도 편하게 지내시길 바라며 아르바이트를 해서 쌈짓돈을 모으고 있다. 또 남겨두면 할머니 몫이 될 텃밭 일이며 곳곳에 해야 할 일을 서두르는데 사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남아있다. 혼자 남겨질 할머니를 위해 현호가 입대 전 해야 하는 마지막 일은 무엇일까.

728x90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